소리가 지나가는 길
홈레코딩의 흐름은 단순합니다. 소리가 마이크나 악기 케이블을 거쳐 전기 신호가 되고,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그 신호를 키워 디지털 데이터로 바꾸며, 컴퓨터의 녹음·편집 프로그램이 이를 트랙으로 저장합니다. 다시 들을 때는 반대로 디지털 신호가 아날로그로 바뀌어 헤드폰이나 모니터 스피커로 나옵니다. 이 길 가운데 어디가 약한지 알면 장비를 살 때 우선순위가 보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갖출 필요는 없고, 무엇을 녹음할지 먼저 정하면 필요한 장비가 크게 줄어듭니다.
- 목소리: 마이크, 인터페이스, 밀폐형 헤드폰
- 통기타: 마이크 한 개로 시작해도 충분하다
- 전자건반·전자악기: 케이블로 바로 연결해 마이크 없이도 된다
다이내믹 마이크와 콘덴서 마이크
다이내믹 마이크는 튼튼하고 감도가 낮아, 입 가까이에서 받으면 주변 소음과 방 울림을 상대적으로 덜 담습니다. 손보지 않은 방에서 목소리를 녹음할 때 유리합니다. 콘덴서 마이크는 감도가 높아 섬세한 고음과 숨결까지 잘 잡지만, 그만큼 냉장고 소리, 창밖 차 소리, 벽에 부딪혀 돌아오는 울림도 함께 담습니다. 대부분 인터페이스가 보내 주는 48볼트 팬텀 전원이 있어야 동작합니다. 방이 조용하고 울림이 적다면 콘덴서의 장점이 살고, 그렇지 않다면 다이내믹 쪽이 결과적으로 더 깨끗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주로 한쪽 방향의 소리를 받는 단일지향성 마이크는 정면을 소리 쪽으로, 뒤쪽을 소음이 나는 쪽으로 향하게 둡니다.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하는 일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마이크의 작은 신호를 키우는 프리앰프,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바꾸는 변환기, 녹음하면서 자기 소리를 듣는 헤드폰 출력을 한 상자에 담은 장비입니다. 입력 개수는 동시에 녹음할 소리의 수만큼 있으면 됩니다. 혼자 목소리와 기타를 따로 녹음한다면 입력 한두 개로 충분합니다. 녹음할 때 내 소리가 늦게 들려 거슬린다면 인터페이스의 직접 모니터링 기능을 쓰거나 녹음 프로그램의 버퍼 크기를 줄입니다. 버퍼를 줄이면 지연은 줄지만 컴퓨터 부담이 커져 소리가 끊길 수 있으니, 녹음할 때는 작게, 믹스할 때는 크게 바꿔 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녹음 레벨 맞추기
초보가 가장 많이 망치는 부분이 녹음 레벨입니다. 디지털 녹음에는 넘을 수 없는 최대치가 있어서, 그 위로 올라간 소리는 잘려 찌그러지고 나중에 되살릴 수 없습니다. 반대로 너무 작게 받으면 나중에 키울 때 잡음도 같이 커집니다. 24비트로 녹음하면 여유 폭이 넓어 조금 작게 받아도 손해가 거의 없으니, 넘치지 않는 쪽을 택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흔히 쓰는 기준은 가장 큰 소리의 정점이 최대치보다 6에서 12데시벨쯤 아래에 오게 하는 것입니다.
- 가장 크게 부르거나 세게 치는 부분으로 미리 해 보며 게인을 맞춘다
- 계기가 맨 위에 닿지 않고 넉넉히 아래에서 움직이게 둔다
- 잘림 표시가 한 번이라도 켜지면 그 부분은 다시 녹음한다
- 녹음 프로그램의 볼륨이 아니라 인터페이스의 게인으로 맞춘다
방 소리 다루기
집에서 녹음한 소리가 어설프게 들리는 가장 큰 이유는 장비보다 방의 울림입니다. 빈 벽이 평행하게 마주 보는 작은 방에서는 소리가 벽 사이를 오가며 웅웅거리는 울림이 생깁니다. 옷이 가득한 옷장 앞이나 커튼, 침대, 책장이 있는 자리처럼 부드럽고 불규칙한 물건이 많은 곳이 오히려 녹음에 유리합니다. 마이크 뒤쪽에 두꺼운 이불을 걸어 두기만 해도 차이가 납니다. 얇은 스펀지 흡음재는 고음 울림만 줄이고 저음은 거의 잡지 못하니, 벽 전체를 덮기보다 마이크 주변과 뒤쪽부터 다룹니다. 녹음 전에는 냉장고, 에어컨, 컴퓨터 팬처럼 꾸준히 나는 소리를 줄이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 몇 초를 녹음해 바닥 잡음을 확인합니다.
마이크 거리와 목소리
마이크와 입 사이의 거리는 소리의 성격을 크게 바꿉니다. 지향성 마이크에 가까이 갈수록 저음이 부풀어 오르는 근접 효과가 생겨 목소리가 두툼해지지만, 너무 가까우면 답답해지고 숨소리와 ㅍ, ㅂ 같은 파열음이 터집니다. 주먹 하나에서 두 개 정도의 거리를 출발점으로 삼고 들어 보며 조정합니다. 마이크 앞에 팝 필터를 두면 파열음의 바람이 줄고, 거리를 일정하게 지키는 기준 역할도 합니다. 부르는 동안 고개를 크게 움직이면 크기와 음색이 들쭉날쭉해지니 자세를 정해 두고, 한 곡은 되도록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녹음해야 이어 붙여도 자연스럽습니다.
믹스는 볼륨 균형부터
녹음이 끝나면 여러 트랙을 하나로 섞는 믹스 단계입니다. 효과부터 걸고 싶어지지만, 실제로는 트랙 사이의 볼륨 균형과 좌우 위치만 잘 잡아도 결과의 대부분이 정해집니다. 그다음 이퀄라이저로 서로 겹치는 대역을 정리하고, 컴프레서로 들쭉날쭉한 크기를 고르게 다듬습니다. 귀는 금방 익숙해지므로 오래 들었다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듣습니다.
- 작은 볼륨으로 들으며 균형을 잡는다
- 비슷한 장르의 완성곡과 번갈아 들으며 비교한다
- 헤드폰, 스피커, 휴대전화로 각각 확인한다
- 효과는 껐다 켜 보며 정말 나아졌는지 판단한다
저장과 공개 전에 확인할 것
녹음 원본은 압축하지 않은 무손실 형식으로 남기고, 공유용 압축 파일은 따로 만듭니다. 작업 폴더를 통째로 외장 저장장치와 온라인 저장공간에 이중으로 백업해 두면 컴퓨터가 고장 나도 작업을 잃지 않습니다. 남이 만든 반주나 샘플을 쓴다면 이용 조건을 확인하고, 다른 사람의 곡을 부른 커버는 공개하는 곳과 방식에 따라 권리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플랫폼과 권리 단체의 공식 안내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처음 녹음한 자기 목소리는 누구에게나 낯설게 들립니다. 여러 번 녹음해 들으며 귀를 적응시키는 것도 과정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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